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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타트업 까보기] ‘죽음의 계곡’을 건너 두 번째 창업한 이동희 ‘열한시’ 대표 (주간조선)

2022-08-11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저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대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해 돈을 벌었습니다. 어느날 ‘취업했으니 밥 사주겠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여의도 오피스타운을 가게 되었습니다. 큰 빌딩에서 걸어나오는 회사원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저 사람들처럼 일해서 돈벌고 싶다’는 부러움이 밀려오더군요. 취업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일에 대한 경험을 쌓기 전에 투자에 매달리는 MZ세대가 많아졌다. 화려한 투자 기술로 슈퍼개미에 등극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쏟아지지만 보통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심지어 그들의 비법도 하락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의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취업 문턱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당할 수 없는 빚투와 취준으로 잠 못 드는 청춘의 현실을 ‘창업’으로 돌파해 조금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가 있다. 열한시(주) 이동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던 10대를 보내고 전문대학에 진학한 후, 국민대학교에 편입했다. 그리고 취업 실패 후 창업이라는 선택지를 통해 이동희답게 오늘을 살고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가 취준의 문턱을 창업으로 돌파한 과정은 스펙 쌓기에 숨막힌 청춘들에게 어쩌면 가능한 꿈의 시작 버튼을 누를 용기를 줄 수도 있다.


공부와 담쌓은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동희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전문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은 육사에 입학한 친구의 멋진 모습에 자극받아서였다. 그냥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보고 싶었다. 그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군입대 후였다. ‘군대 가면 철든다’는 어른들 말처럼, 입대를 하고 보니 조금 더 잘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주변에 고민 상담을 하다 ‘편입학’ 제도를 알게 됐다. 그 후 사람들이 ‘제대 후 뭐할 거냐’고 물으면 ‘편입할 거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스스로가 목표를 잊지 않도록 주문을 외워댄 것이다. 

말하고 나니 시작이 쉬웠다. 어느새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를 ‘공부만 하는 동희’로 불렀다. 그렇게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에 편입하고 마음속에 ‘자신감’이라는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를 알게 된 그는 경제 학술동아리에 가입해 경제 공부를 하고, IT서비스를 직접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참가해 다양한 학생들과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하다 삼성전자 입사에 도전했다. 노력하면 다 될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을 때 그에게 ‘탈락의 통지서’가 날아왔다.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특채로 삼성전자 합격이 당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탈락했던 것이다.

이동희 대표가 창업한 ‘열한시’ 홈페이지.
이동희 대표가 창업한 ‘열한시’ 홈페이지.

취업 실패로 선택한 첫 번째 창업, 차케어

29세를 두 달 앞둔 이동희는 또다시 취준으로 세월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창업’이었다. 구상해 두었던 창업아이템은 ‘출장세차’였다. 손세차 업소에 차를 몰고 가서 세차하는 것은 비싸고 불편했다. 기계식 세차는 저렴하지만 잔기스가 나서 꺼려졌다. 두 방법 모두 불편하게 느끼던 중 출장세차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는데, 너무 편리하고 좋았다. 주차장에 두고 가면 다음 날 아침 깨끗한 차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나만 좋다고 느끼나 싶어 지인들에게 추천해보니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나도 남들도 만족한다면 사업으로 해봐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창업 결심을 듣게 된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고, 아버지는 분노하셨다. 정년퇴직 후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며 돈도 잃고, 고생하고 있던 터라 자식마저 고생길에 들어서는 걸 원치 않으셨던 것이다.

부모님의 반대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창업 관련 정보를 찾아다닌 끝에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빠듯한 돈에 개발자를 채용할 수 없어 직장에서 일하는 개발자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24시간 카페에 모여 밤을 새워가며 서비스를 만들고 낮에는 출장세차 회사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출장세차 고객과 공급자를 연결하는 O2O플랫폼을 만들면 승승장구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비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심정으로 고객을 찾아 나섰다. 특히 출장세차 서비스 업체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거래수수료에 세금까지 내야 하는 플랫폼을 그들이 이용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출장세차 고객을 타 업체에 뺏기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출장세차 전문업체들 대신 세차원을 채용하고, 개인 고객 대신 기업 고객을 유치해 위기를 돌파했다. 영업 메일을 끈질기게 보낸 끝에 마곡지구로 이전한 LG전자의 차량 100대를 한꺼번에 확보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마침 그의 눈에 카셰어링 시장이 들어왔다.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는 2020년 기준 1만200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쏘카를 찾아가 차케어의 주요한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쏘카의 차케어 인수, 생존 통해 이뤄낸 작은 성공

그는 사업을 배워본 적이 없다. 고객이 많아지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정산하고 나면 매번 돈이 부족했다. 운 좋게도 프라이머 등에서 엔젤투자를 받았지만 받은 투자금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돈이 오가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없었다. 현금이 말라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했던 13개월 동안은 월급날이 다가오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카톡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너무 절박하다 보니 창피하지도 않았고 거절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 섭섭하지도 않았다.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으니 지금의 위기를 넘기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다행히 친구들은 그를 믿어주었고, 그렇게 믿어준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빌린 돈이 어느덧 2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를 믿고 거금을 내어준 이들, 그를 믿고 함께 일해준 동료들을 위해 ‘직진’만이 유일한 생존방법이었다. 그때 쏘카의 임원이 인수 제안을 건넸다. 쏘카가 세차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쏘카의 인수 제안을 팀원들에게 전하니 처음에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믿지 않았다. 2019년의 일이다. 월급 마련하는 고통을 벗어난 것도 잠시, 회사가 인수된 직후에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국에 있는 수천 대의 차량을 관리해야 했다.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인수받아 달아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얻게 된 것들이 더 많았다. 돌아보면 쏘카에서의 3년은 초짜 창업가와 창업팀이 망할 위험 없이 월급 받으며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쏘카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은  1)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회사에서 돈을 벌 줄 아는 회사로의 변신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고, 2)일반인 세차 서비스 차케어 프렌즈를 처음부터 기획해 운영하게 되었고 3)차량 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O2O 서비스(Online to Offline service)를 구현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창업자 이동희 개인뿐 아니라 팀원 모두가 ‘이제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창업가 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었다.

 

5년 만에 두 번째 창업, ‘열한시’

창업가에서 기업의 구성원으로 일해 보니 손발이 묶여 답답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서비스 운영, 개발, 자금확보 등 일련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내부 견제와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게 직장인 이동희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차케어 투자자로 인연을 맺게 된 생활형 숙박업 운영사 ‘핸디즈’의 주환수 이사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핸디즈가 급성장을 하게 되면서 객실 청소 시스템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주환수 이사의 제안을 받았을 당시 쏘카 인수 조건인 의무 근무기간(3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숙박 시장은 출장세차와는 다른 시장이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케어를 운영하던 시절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투자자의 제안이니 단박에 거절하기보다는 시장조사를 통해 조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동희 대표는 주말이면 핸디즈의 전 지점을 돌며 직접 클리닝을 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숙박 클리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쟁자가 없는 상태였다. ‘차량’에서 ‘객실’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 클리닝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플랫폼으로 청소 인력을 연결하는 일이니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갖고 있는 경험과 팀원들이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 재창업이라는 선택지를 정했다. 숙박 청소 플랫폼 ‘열한시’의 시작이었다. 회사 이름은 숙박업소의 체크아웃 시간이 11시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쏘카를 떠나 시작하게 된 두 번째 창업은 첫 번째 창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확실한 사업모델과 투자자, 고객사를 갖고 시작했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지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버텨온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차이점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창업 때는 팀원들을 살필 여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라졌다. 처음부터 함께하는 동료들의 몫을 챙겨두고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의 더 큰 성공을 다짐하며.

이동희 대표는 취업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창업으로 방향을 돌려 연쇄창업가로 살아가는 오늘을 만들어냈다. 창업에 답이란 없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기술보다 피땀, 눈물이 통하기도 한다. 창업가 이동희는 그가 잘할 수 있는 시장에서 그만의 성공방정식을 찾아 작은 성공의 결과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섰으니 앞으로 5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차케어’에서 ‘열한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한 동료들 역시 ‘대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을 뿐 모두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이다. 창업생태계는 그 어떤 대학보다 효과적으로 ‘스스로 먹고사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스타트업 까보기] ‘죽음의 계곡’을 건너 두 번째 창업한 이동희 ‘열한시’ 대표" (주간조선, 2022. 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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